사회 경제

공무원·군 장병·소방·자생단체·자원봉사자 한마음으로 피해복구 구슬땀
“우리 마을은 우리가 먼저”… 섬 마을 자력 복구부터 회의 취소하고 현장 달려간 주민들까지
곳곳에서 이어지는 따뜻한 손길… 재난보다 강한 ‘통영 공동체’ 빛났다
기록적인 폭우가 통영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피해 현장에서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다시 일어서려는 ‘통영의 힘’이 빛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통영 지역에는 누적 강수량 778㎜, 1시간 최다 강수량 97.4㎜의 기록적인 비가 쏟아졌다. 18일 오후 2시 기준 공공시설 124건, 사유시설 73건 등 총 197건의 재산피해가 확인됐으며, 85가구 116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등 지역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시는 호우 직후부터 전 행정력을 동원해 응급복구에 나선 가운데 군 장병과 소방대원, 자생단체, 자원봉사자, 지역 주민들까지 힘을 보태면서 피해 현장 곳곳에서 일상 회복을 위한 구슬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기보다 주민들이 스스로 복구에 나서고 예정된 회의를 취소한 채 피해 현장으로 달려가, 복구 인력에게 시원한 음료를 건네는 등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크고 작은 미담이 통영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 “우리 마을은 우리가 먼저”… 동좌마을 주민들이 보여준 공동체의 힘
통영시 한산면 부속도서인 동좌마을에서는 이번 호우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재난 발생 시 육지에 비해 장비와 인력의 신속한 지원이 쉽지 않은 데다 이번 호우는 통영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피해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동좌마을 주민들은 행정기관의 장비와 인력이 피해가 큰 지역부터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에 주민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기보다 “우리 마을은 우리가 먼저 지킨다”는 마음으로 하나둘 피해 현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각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와 도구를 챙겨 나와 연로한 어르신들도 피해 현장을 살피며 손길이 필요한 곳을 알려줬다. 장비와 인력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한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은 여러 사람이 함께하고 필요한 물품은 서로 나누며 조금씩 마을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다.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먼저 해놓고, 서로 도우며 이겨내겠습니다”라며 동좌마을 주민들의 이 한마디는 어려울 때 더욱 단단해지는 통영의 공동체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 시간당 100㎜ 폭우에도 먼저 우수관으로… 더 큰 피해 막은 주민들
도천동에서는 주민들의 발 빠른 대응이 더 큰 피해를 막았다.
16일 오전 시간당 100㎜가량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천동 일대 도로가 침수되고 주택과 상가로 피해가 확대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 주민자치위원과 통장, 새마을협의회 등 지역 자생단체 회원들이 곧바로 현장으로 나와 우수관을 정비하고 배수작업에 나섰다. 주민들의 신속한 초기 대응 덕분에 주택과 상가로 이어질 수 있었던 추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16일부터 19일까지 도천동에서는 통장 63명, 새마을 회원 36명, 부녀회원 24명 등이 피해 현장 확인과 도로 토석 제거, 주택 피해 확인, 동 행정업무 지원 등에 힘을 보탰다.
■ 280㎜ 폭우 쏟아진 사량면… 민관이 힘 합쳐 주민 고립 막아
섬 지역인 사량면에서도 공동체의 힘이 빛났다. 16일 하루 동안 약 280㎜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사량일주도로 곳곳에서 산사태와 토사 유실이 발생해 버스 운행이 제한되고, 구거 범람으로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이장과 새마을협의회, 의용소방대 등 지역 자생단체 회원들이 신속하게 현장으로 나섰다. 새마을 회원 8명은 사량일주로 산사태 복구와 주택 피해 현장을 살폈고, 의용소방대원 14명은 주민 통행로에 쌓인 토사를 제거하고 우수관과 배수로의 낙엽과 이물질을 걷어냈다. 이장 42명도 마을 곳곳을 돌며 피해 현장을 확인하고 피해 접수를 도왔다.
특히 민관이 함께 신속하게 피해 현장을 정비한 결과 주민 고립세대가 발생하지 않는 등 추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 “오늘 회의는 취소합니다”… 복구현장으로 달려간 산양읍 주민자치회
산양읍에서는 예정돼 있던 주민자치회 회의를 취소하고 수해복구 현장으로 달려갔다. 주민자치위원 20명 가운데 일부는 달아마을 침수 피해 민가에 투입돼 자재와 가구를 옮기고 배수와 청소, 통행로 정리를 도왔다. 나머지 위원들은 각자 거주하는 마을에서 취약가구를 점검하고 생활복구를 지원했다.
산양읍에서는 주민자치회뿐만 아니라 통장 30명, 새마을 회원 25명, 방재단 9명 등도 피해 확인과 수해복구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주민자치회는 오는 20일부터 ‘찾아가는 빨래방’을 가동해 침수 피해로 젖은 이불과 의류 세탁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토사를 치우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생활 속 불편까지 챙기겠다는 따뜻한 배려다.
■ 마을마다 이장·통장·새마을·방재단… “내 이웃의 일처럼”
지역 자생단체들의 복구활동도 통영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광도면에서는 이장 52명, 새마을 회원 20명, 부녀회원 35명, 방재단 18명이 피해 현장에 참여했다. 집중호우로 사면이 붕괴돼 토사가 도로로 유입되자 이장과 자생단체 회원들이 신속히 토사를 제거하고 배수로를 정비해 추가 피해를 최소화했다. 현재도 침수 주택과 상가의 물품 정리와 주변 환경 정비를 돕고 있다.
명정동에서는 통장 40명, 주민자치위원 25명, 새마을 회원 15명, 방재단 15명이 힘을 보탰다. 서피랑 일대 가죽고랑길에 성인 허벅지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자 명정동주민센터 직원과 현장 지원인력이 즉시 통행을 통제하고 주민 안전을 살폈다. 이후 자생단체 회원들이 주민들과 함께 골목길의 토사와 부유물을 제거하고 침수주택 정리를 도왔다.
무전동에서도 통장 19명과 자율방재단 8명이 참여했다. 특히 17일 오전 통영초등학교와 장대길 인근 사면 붕괴로 대량의 토사가 도로로 쓸려 내려오자 자율방재단이 신속하게 흙더미를 정리하고 배수로를 정비해 차량 통행 안전을 확보했다.
중앙동에서도 통장과 방재단이 중앙시장 등 호우 피해지역 복구와 배수로 정비, 모래주머니 작업 등에 힘을 보탰다.
지난 16일부터 통영 전역에서는 새마을 124명, 지역방재단 176명, 이·통장 222명, 기타 36명 등 자생단체 연인원 558명이 피해 응급복구와 피해조사, 피해 주민 구호물품 배부 등에 참여했다.
■ 군 장병도 210명 구슬땀… 양수기 36대 투입
군 장병들도 피해 주민들의 일상 회복에 든든한 힘을 보태고 있다. 육군 제39사단은 17일 정량동 일대 침수지에 병력 19명과 양수기 12대를 투입해 양수작업을 진행했다. 이어 18일에는 봉평동과 산양읍 일대에 병력 89명을 투입했다.
봉평동에는 제8358부대 제2대대와 기동대 장병 70명이 투입돼 식당과 미용실, 주택, 도로변 등에 밀려든 토사를 제거했고, 산양읍과 도남 일대에서는 병력 19명과 양수기 12대가 주차장과 침수지역의 물을 빼냈다.
19일에도 102명의 장병이 다시 복구 현장으로 향했다. 산양읍 일운리와 당포길 등에 83명이 투입돼 토사를 제거하고, 산양·도남 일대에는 병력 19명과 양수기 12대가 투입돼 침수지 양수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19일 기준 군 장병 복구지원 누계는 210명, 양수기 지원 누계는 36대에 이른다.
장병들의 구슬땀에 시민들도 따뜻한 마음으로 화답했다. 통영국제음악당 브라운핸즈 이정애 대표는 19일 현장에서 작업하는 장병들을 위해 레몬음료와 아이스커피 102개를 전달하며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 의용소방대·라이온스도 가세… 복구 손길은 계속 이어진다
민간단체의 지원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경상남도 의용소방대 연합은 19일부터 23일까지 하루 90명씩 연인원 450명을 투입해 토사 제거와 침수물품 정비 등 피해복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19일에는 라이온스클럽 회원 100여 명도 봉평동 일대 민간주택 등을 찾아 토사를 제거하고 주변 환경을 정비하며 힘을 보탰다.
■ 공무원도 부서 구분 없이 현장으로… 누계 1,005명 지원
시 공무원들도 피해 발생 직후부터 현장으로 향했다. 시는 읍면동별 행정지도 책임관과 담당부서를 지정하고 전 실·과·소 직원들을 피해지역에 배치해 응급복구와 피해상황 조사에 나서고 있다.
8월 19일 기준 읍면동 행정지도 담당부서의 피해복구 지원인력은 누계 1,005명이다. 직원들은 담당 업무의 구분 없이 피해 현장에서 토사와 부유물을 걷어내고 침수지역을 정리하는 한편, 주민들의 피해 상황과 불편사항을 직접 확인하며 필요한 인력과 장비가 신속하게 지원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 “통영을 다시 일으키는 가장 큰 힘은 시민과 공동체입니다”
강석주 시장은 “기록적인 폭우로 삶의 터전에 큰 피해를 입은 시민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무더운 날씨에도 내 집, 내 가족의 일처럼 복구 현장에서 땀 흘리고 계신 군 장병과 소방대원, 자원봉사자, 자생단체 회원, 공직자 그리고 스스로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나서주신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동좌마을 주민들의 자력복구에서부터 각 지역 자생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까지, 어려울 때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일어서는 것이 바로 통영의 힘”이라며 “시민들이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가용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피해복구가 마무리될 때까지 현장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폭우는 통영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그 상처를 함께 보듬는 손길은 더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군복을 입은 장병도, 장화를 신은 공무원도, 삽을 든 자원봉사자도, 자신의 마을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현장으로 나온 시민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다.
“우리 이웃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그 마음들이 모여 지금 통영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이슈앤경남 sngho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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